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미국 뉴스 헤드라인’입니다. VOA 김정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로버트 메넨데스 민주당 연방 상원 의원이 부패 혐의로 기소된 일을 계기로 정치자금을 다루는 슈퍼팩, 즉 특별 정치활동위원회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 정부가 34년 전에 포기했던 공무원 채용 방식을 부활시킵니다. 3월 미국 내 신규 일자리 수가 예상보다 저조하다는 소식, 마지막으로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네. 최근 미국 연방 법무부가 로버트 메넨데스 연방 상원 의원을 부패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메넨데스 의원은 민주당 소속으로 지역구가 뉴저지 주죠? 현역 연방 상원 의원이 기소되는 일이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라고 하는데요. 메넨데스 의원이 기소된 일을 계기로 ‘특별 정치활동위원회’, 이른바 ‘슈퍼팩’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논란을 설명해 드리기 전에 알아야 할 사항이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메넨데스 의원에게 적용된 혐의 내용과 그리고 슈퍼팩이 뭔지 알아야 합니다.
진행자) 그럼 하나하나 짚어볼까요? 아까 메넨데스 의원이 부패 혐의로 기소됐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뭘 잘못했다는 겁니까?
기자) 네. 메넨데스 의원에게 적용된 혐의가 모두 14개인데요. 간단하게 정리하면 특정인으로부터 선물을 받고 그 대가로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겁니다. 여기서 특정인은 바로 플로리다 주에 사는 안과 의사 살몬 멜겐 씨인데요. 멜겐 씨도 이번에 함께 기소됐는데, 기소장을 보면 메넨데스 의원은 멜겐 씨가 제공하는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했고, 또 도니미카 공화국에 있는 멜겐 씨 소유 별장도 썼다고 합니다. 또 멜겐 씨가 메넨데스 의원을 위해 정치자금 70만 달러 이상을 줬다는데요. 이런 혜택을 받은 대가로 메넨데스 의원이 공무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서 멜겐 씨가 요청한 민원을 해결해줬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럼 특별 정치행동위원회, 슈퍼팩은 뭔가요?
기자) 네. 슈퍼팩은 특정 정치인을 후원하기 위해 활동하는 조직입니다. 이 슈퍼팩은 후원하는 정치인을 위해 자금을 제한 없이 모아서 쓸 수 있는데요. 다만 돈을 직접 해당 정치인에게 줄 수는 없고 텔레비전 광고 같은 간접적인 방식으로만 지원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아. 두 가지 항목이 뭔지 말을 들어보니까 메넨데스 의원의 혐의하고 슈퍼팩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겠네요. 그러니까 멜겐 씨가 이런저런 편의뿐만 아니라 슈퍼팩을 통해서 정치자금을 메넨데스 의원에게 제공했고, 그 대가로 메넨데스 의원이 멜겐 씨에게 뭔가를 해줬다는 그런 말이죠?
기자) 맞습니다. 물론 이건 수사당국이 기소장에 넣은 내용인데요. 다시 말하면 멜겐 씨가 메넨데스 의원에게 준 정치자금이 대가를 바라는 뇌물인데, 이 뇌물을 슈퍼팩을 통해 전달했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럼 구체적으로 슈퍼팩을 통해서 두 사람이 무슨 대가를 어떻게 주고받았다는 건지 궁금하네요?
기자) 네. 멜겐 씨가 지난 2012년 민주당 상원 슈퍼팩에 모두 두 차례에 걸쳐 60만 달러를 기부했는데요. 이 돈 대부분은 메넨데스 의원을 위한 선거비용으로 사용됐습니다. 그런데 수사당국은 돈이 건네진 후에 메넨데스 의원이 관련 기관이나 관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메넨데스 의원뿐만 당시 민주당 상원 슈퍼팩 관계자 가운데 1명도 멜겐 씨 기부금이 들어오자 멜겐 씨를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연결해 줬다고 합니다. 수사당국 판단으로는 이런 것들이 모두 슈퍼팩에 들어온 정치자금에 대한 대가라는 겁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멜겐이란 부자가 슈퍼팩에 돈을 내서 정치인들을 움직여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 했다는 건데, 그럼 이번 논란은 슈퍼팩이 돈으부터 완전하게 자유로울 수 있느냐는 논란이 되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슈퍼팩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처음 나온 것이 아니라 예전에도 있었던 해묵은 논쟁입니다. 물론 이번에도 옛날처럼 의견이 확 갈리는데요. 평소에 슈퍼팩 같은 정치자금 모금 방식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메넨데스 의원 사건을 보면 돈을 무한정으로 모을 수 있는 슈퍼팩을 통해서 부자들이 연방 의원같이 선거로 뽑히는 공직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아주 쉽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민간조직 ‘보편 운동’의 지도자인 마일스 라포포트 씨는 미국 워싱턴포스트 신문과의 회견에서 돈을 많이 내는 기부자들에게 연방 상원 의원이나 하원 의원이 특별하게 관심을 보이는 현상이 전혀 놀랍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정치자금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측은 이번 사건으로 슈퍼팩을 비난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겠죠?
기자) 맞습니다.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선거법 변호사 제임스 보프 주니어 씨는 같은 신문에 메넨데스 의원이 자신을 위해 슈퍼팩에 돈을 기부한 멜겐 씨를 고맙게 생각하는 건 부패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보프 주니어 변호사는 또 민주당 상원 슈퍼팩이 연관된 부당한 거래가 있으면 모르겠는데, 그런 거래가 없는 이상 이 슈퍼팩이 부패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그러면 민주당 상원 슈퍼팩은 검찰 기소내용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기자) 네. 민주당 상원 슈퍼팩 대변인이 논란이 불거지자 성명을 냈는데요. 메넨데스 의원과 같이 기소된 멜겐 씨가 민주당 상원 슈퍼팩에 기부한 수많은 사람 가운데 1명이라면서 검찰 기소장에도 자신들이 법을 어겼다고 지적한 부분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성명은 또 민주당 상원 슈퍼팩이 그동안 관련 법을 잘 지켰고, 정부 부서와 철저하게 거리를 유지할뿐더러 의원들이 추진하는 특정한 법을 지지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자신들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말인데요. 자, 그럼 앞으로 법정에서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이 치열하게 공방을 벌일 텐데, 재판이 어떻게 될 것으로 보입니까?
기자) 네. 지금까지 나온 법원 판결로 예상해보면 검찰이 혐의를 입증하는 게 그렇게 쉽지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하급 법원 판결에 큰 영향을 주는 연방 대법원이 그동안 슈퍼팩 같이 독립적인 조직을 통해서 들어가는 돈이 부패와 연결된다는 주장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검찰 측은 슈퍼팩에 들어가 돈이 메넨데스 의원에게 간 뇌물이라는 기소내용을 뒷받침할 증거가 있다고 말하는데요. 과연 법원이 이런 증거를 받아들일지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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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자, 그런가 하면 미국 연방 정부 내 몇몇 조직이 새로운 공무원 채용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네요?
기자) 네. 정확하게 말하면 옛날에 쓰다가 한동안 안 쓰던 방식인데요. 바로 시험입니다.
진행자) 한국에서는 고위 공직자뿐만 아니라 하위직 공무원을 뽑을 때도 대개 시험을 치르죠? 이 공무원 시험이 너무 어려워서 한국에서 공무원이 되려면 오래 공부해야 하는데요. 그럼 미국에서는 지금 어떤 식으로 연방 정부 직원을 뽑습니까?
기자) 네. 요즘은 인터넷 시대라 옛날하고는 많이 달라졌는데요. 일단 연방 공무원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에 있는 연방 공무원 채용 사이트에 레쥼, 즉 이력서를 올려놓고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면 사람이 필요한 부서에서 사이트에 올라온 이력서를 보고 1차로 지원자를 추려내고요. 다음 이 사람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보거나 아니면 다른 방법을 써서 직원을 뽑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지금 쓰고 있는 방식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왜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려는 거죠?
기자) 네. 일단 요즘엔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쉽게 지원할 수 있다 보니까 지원자가 너무 몰려서 이걸 처리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것은 이력서를 검토해서 좋은 인재를 추려내기가 쉽지가 않다는 겁니다.
진행자) 그래도 이력서를 보면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대강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기자) 그렇긴 한데, 지원한 사람이 구체적으로 업무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사람 됨됨이가 어떤지는 사실, 이력서만 가지고는 판단하기가 힘듭니다. 게다가 요즘엔 이력서 내용을 과장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 이력서를 중요한 채용 근거로 삼기가 곤란하다고 하는군요.
진행자) 그래서 시험을 본다는 건데, 옛날엔 미국 정부도 직원을 뽑을 때 시험을 봤었죠?
기자) 물론입니다. 그런데 1970년대인 닉슨 행정부 때 시험 제도가 흑인이나 중남미계 같은 소수계에게 불이익을 준다면서 이를 없애라는 소송이 나왔습니다. 이런 소송이 나오자 공무원 채용 시험을 본다 안 본다 하다가 결국 카터 행정부가 1981년부터 몇몇 부서를 제외하고는 모두 채용 시험을 없애버린 겁니다.
진행자) 34년이 지난 다음에 공무원 시험이 다시 살아난 건데, 옛날하고 같은 방식으로 보지는 않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새로 도입된 시험에는 ‘USA Hire’란 이름이 붙었는데, 시험에 만화나 영상 같은 멀티미디어도 쓰이고요. 일하는데 필요한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직원들이 직면할 수 있는 문제들을 풀어가는 사고능력이나 해결 능력도 측정합니다. 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서 푸는 문제의 쉽고 어려움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는데요. 시험을 보면 즉각 점수가 나와서 시험을 본 사람이 다음 채용 과정을 거칠 수 있는지 없는지 바로 판단한다고 합니다.
진행자) 그럼 현재 얼마나 많은 연방 부서가 새로 개발된 시험을 쓰고 있는 겁니까?
기자) 네. 국방부, 법무부 등 약 40개에 달하는 연방 부서가 지원자를 걸러내고 기존 직원을 승진시키는데, 이 ‘USA Hire’를 쓰고 있는데요. 미 연방 인사관리처는 민간 공무원 자리의 약 10%가 이런 시험을 통한 자료를 근거로 채워진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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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네. 지금 여러분께서는 ‘미국 뉴스 헤드라인’ 듣고 계십니다. 요즘 미국 경제 관련 지표들을 자주 소개해 드리는데요. 오늘 (3일) 아침에는 미국 내 일자리 관련 통계가 나왔습니다. 이 소식, 마지막으로 들어볼까요?
기자) 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수치인데요. 지난 3월 미국 안에서 일자리 12만6천 개가 새로 생겼습니다. 그리고 3월 실업률은 2월과 같은 5.5%였습니다.
진행자) 추가된 일자리가 12만6천 개라면 원래 예상보다 적은 수치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그래서 언론들이 실망스러운 수치라고 평가하는데요. 많은 전문가가 3월에 일자리가 대략 24만 개에서 26만 개 정도 새로 생길 거로 전망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온 겁니다.
진행자) 사실 지난 1년 동안 일자리 시장이 계속 좋은 모습을 보였죠?
기자) 네. 2월까지 12개월 연속으로 매달 일자리가 20만 개 이상 추가됐었습니다. 그런데 3월에 20만 개 밑으로 떨어진 건데요. 3월 신규 일자리 수는 지난 2013년 12월 이래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국내총생산과 개인소비지출, 또 주택가격, 그리고 신규 일자리 수까지 여러 지수를 소개해 드렸는데, 이런 지수들을 종합해 보면 현 미국 경제가 어떤 상태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기자) 네. 간단하게 말해서 기운차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지금은 조금 주춤하는 상태라고 보면 됩니다. 이제까지 소개해 드린 지수가 모두 플러스, 그러니까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하지만 몇몇 지수는 예상만큼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생각하면 미국 경제가 완전하게 회복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지난겨울에 몰아닥친 강추위가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줬고요. 또 달러화 가치와 환율이 수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상태라 미국 경제가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미국 뉴스 헤드라인’ 김정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