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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스콤 "북한과 5억달러 본국 송금 문제 논의"


북한의 휴대전화 사업자인 이집트 오라스콤사의 나기브 사와리스 회장. (자료사진)
북한의 휴대전화 사업자인 이집트 오라스콤사의 나기브 사와리스 회장. (자료사진)

북한에서 휴대전화 사업을 하고 있는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이 본국으로 수익을 송금하는 문제를 북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오라스콤은 북한 당국의 규제 때문에 5억 달러가 넘는 현금을 본국으로 송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잡니다.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OTMT)이 새 회계감사 보고서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이 보고서는 세계적인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지난 9월 30일 현재 오라스콤의 재무재표를 분석한 것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라스콤이 대주주로 있는 북한 휴대전화 회사 고려링크의 현금 잔고는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말 5억1천만 달러에서 9월말 5억4천만 달러로 늘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현재 오라스콤이 북한에서 거둬들인 수익을 외화로 바꿔서 본국으로 송금하는 문제를 북한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 동안 오라스콤은 고려링크라는 이름으로 북한에서 휴대전화 사업을 하면서 현금 잔고를 늘려나갔지만 본국으로 가져가지는 못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규제 때문에 현금 잔고를 외화로 바꾸지 못하고 북한 원화의 형태로 그대로 보유하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해외 송금도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회계감사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를 이유로 고려링크의 현금 잔고를 ‘비유동성 금융자산’으로 계속 처리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이 문제를 별도의 특기사항으로 지적하면서 현금 잔고 규모는 북한의 공식 환율을 적용한 추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현금 잔고 문제와 함께 눈에 띄는 대목은 고려링크가 무이자로 2백80만 달러를 북한 체신성 산하의 조선체신회사에 융자해줬다는 사실입니다. 이 자금은 북한의 통신망 개선 사업에 사용됩니다. 조선체신회사는 지난 달 17일 융자금을 받았는데 1년안에 모두 갚기로 했습니다. 고려링크는 오라스콤과 조선체신회사가 각각75%와 25%의 지분을 갖고 있는 합작기업입니다. 이번 융자금과 오라스콤의 본국 송금 문제가 어떤 식으로 연계돼 있는지 관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한편 올해 상반기 감소세를 보였던 고려링크의 순자산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지난해 말 6억4천만 달러를 기록한 순자산은 지난 6월말 5억7백만 달러로 크게 줄었지만 석 달만에 7억4천만 달러로 다시 뛰었습니다.

고려링크의 매출액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4천6백만 달러를 기록해 지난 해 같은 기간 보다 1천4백만 달러 늘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휴대전화 가입자수가 늘면서 매출도 함께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정확한 가입자수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오라스콤은 지난 해 5월 고려링크 가입자수가 2백만을 넘어섰다고 발표한 뒤 더 이상 가입자수를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의 북한전문 인터넷매체인 '노스코리아테크'(North Korea Tech)가 오라스콤 측으로부터 들은 바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가입자수가 2백4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한편 오라스콤 회계감사 보고서는 북한이 유엔과, 미국, 유럽연합 등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사실을 이번에도 지적했습니다.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고려링크의 영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지만 제재가 강화될 경우 금융조달이나 오라스콤 본사와의 금융거래, 북한 내 영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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